진짜 답이 없다. 지금 내 상황에서 노후까지 걱정하면서 돈을 모으자고 악착같이 아득바득 살기엔 너무 벅차다. 지금을 버티는 것도 이런데, 노후까지?
몇 살까지 얼마를 모아야한다.
이 정도 나이대면 모아놓은 돈이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이정도', '이 나잇대'에 대한 얘기를 아예 듣지 않기로 했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스스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불안해 한다.
' 나 지금 뭐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만 뒤쳐지는 것 아닌가? '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국 사회는 서로를 비교 하며 경쟁상대로 삼게하는 뭐가 있다.
'누구네 집 누구는 어디 회사를 들어갔다더라'
'걔는 얼마를 번다더라'
'이사를 갔는데 그 지역 그 아파트로 갔다더라' 하면서. 나랑 애기때 친구였던 걔가 지금 같은 나이에 이룬 것에 비해 지금 내가 이룬 건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는 것은 오로지 경제적인 수준, 한국내에서 사회적 지위 만을 뜻한다. 개인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성장, 발전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오로지 돈으로만 사람의 높낮이를 측정하고, 또 자신이 한국사회에서 어느정도 레벨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채찍질 한다.
나는 이제 이 짓거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나 혼자 눈 막고, 귀막고 가족들의 말, 친구들이 은근슬쩍하는 비교질을 듣지 않으려고 해봤지만 소용 없었다. 단톡방을 나오고 나서야 친구들은 나를 부르지 않았다. 그재서야 좀 평온해짐을 느꼈다.
비교 하려면 그냥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면 되지 않은가? 왜 자꾸 남의 밥상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지 알 수 없는 한국 비교 문화 이제 지겹다. 어찌보면, 출생률이 떨어진 것에도 이게 한몫한건 아닌가 싶다.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신혼집, 예식장, 드레스, 신혼여행지 등 남들 눈에 잘 보이려고 하는 것 때문 아닌가? 거기에 더해 사회분위기 전체가 서로 감시하고 눈치보게 만드는게 있다. '이렇게 하면 맘충 소리 듣는거 아닌가?','이렇게 하면 개저씨충 소리 듣는거 아닌가?' 같은 서로 감시하면서 사진찍어 온라인에 올리고 익명성 뒤에 숨어 다같이 악플달고 욕하는 문화가 있다. 결코 자랑스럽지 못한 거지같은 문화.
현실에서는 다 가면을 쓰고 착한사람인 척 코스프레 하다가 온라인만 오면 돌변해서 익명성을 무기로 뒤에 숨어 온갖 혐오용어를 남발한다. 그냥 다 온갖게 섞여서 남들 눈치 보다 결혼도 못해, 중산층도 아닌데 왜 결혼,출산,육아를 해서 애를 불행하게 만드냐 소리 들을것이 뻔하니 또 안해. 물론, 본인이 보기에도 현 시점 한국사회에서 결혼,출산,육아를 하는 것은 미친짓이라고 본다. 사회 분위기가 이런데 누가 이 시선을 견디면서 욕받이를 하겠냐 싶다.